(♬:타짜ost - Gloomy Day)
살면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대한민국 국민 중 90% 이상은 봤을 것이고 그중 80% 이상은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며, 그중 50% 이상은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중 50% 이상은 이들이 착하지만 환경을 잘못 만난 것뿐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이렇게 얘기할거 같다.
그럼 직접 만나보던가.
이건 체험담은 아니고 단순한 목격담이다.
코로나 자가검진 때문에 더 정확한 PCR검사를 받고자 대기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이 장소 근처가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있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평소 같으면 한 두 번 보고 지나갈 노숙자들이지만 소독시간 때문에 모처럼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고 점심시간까지 껴서 배식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구호단체에서 와서 미역국을 배식하고 좀 지나면 종교단체에서 와서 빵과 과자를 나눠준다. 둘 사이에 시간간격이 조금 있기 때문에 배식을 하고 난 직후에 다른 곳에 비둘기 모이듯이 앉아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빵과 과자를 나눠주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잘 보면 두 종류로 나뉜다. 무기력하게 앉아있거나 자거나, 담배 피우고 낮술을 먹으며 열심히 열변을 토하거나. 그중에 가장 활발히 얘기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흔히 나올만한 돈 얘기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별 얘기는 아니다. 너는 전에 술 먹을 때 1만 원 빌렸잖냐 빨리 갚아라. 그런 적 없다 어쩌고저쩌고...
문제는 여기에 50% 이상이 욕이며 커뮤니케이션이 말과 억양과 몸짓으로 이루어진 다는 걸 감안하면 욕으로 대화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을 하면 뒷받침하는 근거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부연설명 없이 언성만 더 높이고 그러다 옆에서 무슨 얘기하면 껴들고, 다른 사람들끼리 언성이 높아지면 껴들어서 시비를 걸고, 사람들이 무시하니 괜히 비둘기에게 발길질을 하는데 비둘기가 제법 재빨라서 한번도 맞은 적은 없다.
한쪽은 기차 화통같고 한쪽은 다 죽은 시체 같은 극단적인 움직임이 모두 부산 해지는 건 배식을 하는 사람이 물건을 들고 도착하는 시점부터다. 분명히 줄은 있지만 줄 밖에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예상은 했었는데 역시나 줄을 안 선 사람이 줄로 끼어들면서 작은 몸싸움이 생겼다.
앞에 있던 건 아주머니들이지만 이 작은 세계에선 목소리 큰 게 왕인지라 이들에게 앞을 내주게 되었다.
잠시 뒤에 특이한 상황이 생겼는데 평소에는 노숙자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는데 노숙자가 아닌 멀쩡한 아주머니가 음식을 받은 것이다. 중간에 코로나 검진을 받으러 들어갔기 때문에 다 보지 못했지만 그때 노숙자들에게 나온 얘기를 정리해보면 노숙자도 아닌 것이 어딜 음식을 받으러 오냐는 거였다. 여기에도 물론 많은 욕과 고성이 오고 가고 잠시 소란 뒤에 아줌마는 쫓겨나듯이 떠났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본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입으로는 연신 육두문자를 내뱉고 푼돈에 목숨을 걸고, 말에는 논리 대신 감정과 폭력으로 대신하며, 배려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다. 이들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건 자존심과 추억으로 이거로 허세를 부려보며 세상을 살아간다.
잘 생활하다가 가난에 찌들어서 마음이 병든 건지 원래부터 마음이 병들었으나 가난 때문에 가려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병들어 사회적으로 격리 중인 건 확실해보인다.
누군가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경우는 두가지다. 교의를 지키는 종교단체 사람들이거나, 선의로 포장한 악의를 가진 위선자단체거나.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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