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카노2 OST - そして、いつか)
블로그에 BGM을 담는 글 중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글도 종종 있지만 일기를 써놓듯이 제 기억을 블로그에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더 강하다 보니 BGM글을 쓸 때는 다른 것보다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연말 같이 특별한 날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남겨보고자 올 1년은 어떤 해였나를 돌이켜보니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버린 신기루에 홀린 듯한 한 해였습니다. 과거 같으면 한 순간의 악몽이나 소설 정도라 여기고 넘겼을 법한 생소한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서는 끝나지 않고 우리를 계속 괴롭히고 있으니까요.
지금 상황을 잘 표현할만한 소재가 뭐 없을까 생각하다보니 학생 때 많이 접했던 시가 떠올랐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역설법이 나오는 시 정도로만 기억했지만 지금 이걸 보니 너무 현 상황과 제 생각과도 잘 어울리네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져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많은 분이 코로나가 사라지면 햇살 좋은 날이 찾아올거라 기대하지만 저는 다른사람과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수술을 위해 마취를 맞았던 사람이 수술이 잘 끝나고 마취가 풀리며 통증이 찾아오듯이, 한 동안 비정상이었던 세상에서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울 겁니다.
이후의 시간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이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가야죠. 아직 코로나 종식과 일상생활로 돌아오기까지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그래도 빨리 이 팬데믹이 끝나고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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