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 망향 No Way To Go Home)
어느 괴담을 들은 적이 있다. 정상들은 다 꼭두각시이며 뒷 세계에는 이를 조종하는 일루미나티가 있다고 했다.
소설같고 허무맹랑한 얘기였다. 세계가 얼마나 크고 복잡한게 그걸 어떻게 일개집단이 좌지우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적어도 한국에서 만큼은 그 공상소설이 사실이 되었다.
마치 소설 속 배경처럼 세상은 과거 속에 멈춰있는 듯하다. 세상은 변해온걸까. 변해왔다면 무엇이 변해온걸까.
내가 붓으로 시일야방성대곡을 작성하고 창씨개명을 하면 한 세기 전 병진년(丙辰年) 세상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다.
살아오며 수 많은 불의와 부패를 만났다. 다만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성장통 정도라고 생각하며 이를 외면해왔을뿐.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될거라는 희망찬 망상을 가졌을뿐이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다시 밝을 세상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캄캄한 밤이라고 생각했던 까만 주위가 실제로는 다 썩은 부분들이더라. 크기가 작으면 도려낼 수 있겠지만 전체가 까맣기에 도려낼 방법이 없다.
어디가 벽인지 어둠인지 알 수 없는 이 컴컴한 세상에 갇혀 나는
볼 수 있으나 눈 뜰 수 없는 장님, 말할 수 있으나 듣는 이 없는 벙어리, 함께 있으나 손잡을 이 없는 외톨이.
사람들은 내게 거위라고 하지 않았나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이 있다고. 언젠가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을거라고.
능력과 성과가 있으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며.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세상이라며. 현실은 아무 것도 없이 피와 연만으로 다 될 수 있는게 세상이더라.
항상 주연은 따로 있고 나는 그들을 위한 엑스트라가 되는게 세상이더라.
소설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소설이 되는 세상, 그 곳을 거니는 나는 거위가 아니라 하얀 나비. 내가 꿈 속에서 나비처럼 살고 있는걸까 나비 꿈 속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걸까.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저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고 사실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는 평범한 세상이라고.
내일을 맞이할 순 있을까. 이 칠흑같은 밤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오늘따라 유달리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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