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병의라무네OST - Warning)
오늘, 친척이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사인은 자살이라고 한다. 본인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 돌고 돌아서 접한 거니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그 집의 사정을 이해할 만큼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 뭐 그래도 태양 탓은 아니겠지.
교류는 별로 없고 어떻게 보면 피로 맺어진 인연인데 돈은 피보다 진하다고 그 많은 친척들이 돈으로 다 씻겨져 나가고서 남은 몇 안 되는 친척집이었다. 그나마 생각나는 게 집은 방 2개 가정집에 자녀가 많아 방이 좀 적었는데 아파트로 이사를 갔었고, 사자는 직장은 따로 없이 멀리멀리 일하러 나간다고 했던가.
수십 년을 친척으로 지냈지만 한참을 곱씹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해봐야 명절에 이 집을 가기 이전에 으레 들리는 증조부모님 산소 정도인데 슬하에 자녀가 그렇게 많았으면서 매번 꽃을 갈아주는 게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인걸 볼 때마다 모든 친척들이 다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른 아침부터 비와 눈이 자욱한 산소에 들리고선 고속도로를 타고 이방인을 만나러 갔다가 차례 한번 지내고 집으로 귀향하는 게 명절 하루 일과였는데 이처럼 남는 기억이 없는 것도 신기하다.
음... 내게 있어 이 친척에 대한 이미지는 집안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가 대청소를 할 때나 발견하는 선물 받은 저렴한 와인 정도인 듯하다. 선물로 받았는데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석진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살다가 오랜만에 발견할 때마다 조금 반갑게 여기고 도로 집어넣는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일단 나는 이 사실을 몰랐던 걸로 하려고 한다. 내게 휴대폰이 생긴 지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단 한 번의 연락도 주고받은 적이 없고, 인사는 1년에 2번이 고작이니 이웃만도 못 한 사이라고 봐야지. 죽음이라는 게 어디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뉴스만 봐도 쉽게 접하는 게 죽음 아니겠나.
얼굴이 기억 날듯 말 듯한 사람이 와서 마음에도 없는 눈물을 쥐어짜면서 무슨 말을 한들 이 영혼 없는 메아리에 답할 자는 누구이며 내 죽어버린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는지.
망자가 누군가에게 남겼을 마지막 인사처럼 다 허무맹랑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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