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앵귀 Character Song - 창공의 행방)
시간은 구름과 같아서 그 자리에서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라도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 같지만, 잠시 한눈을 팔아도 금세 사라지거나 모습이 바뀌어버린다. 연도 세번째 자리에 숫자가 하나 늘어나는게 그저 숫자만 하나 늘어날 뿐 변하는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시간들이 다 지나가고 또 다시 한 해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선 입장에서 선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주위를 다시 바라보니 사람도 인연도 세상도 모든 것들이 변해있었다.
모든게 변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이듯 변하는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미래가 지금보다 더 좋을지는 알 수 없기에 더 변화를 무서워했던 것 같다. 꿈을 꾸면 내일은 오겠지만 내 일은 없을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걱정 속에 무엇을 하든 이게 잘 될까 나 홀로 제자리를 맴도는건 아닐까 하는 격정적인 생각이 내 심장을 죄어오기도 한다. 이게 가치없고 쓸데없는 잡념이라는걸 알지만서도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는 어느 옛 사람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그도 그럴게 이게 꿈인지 꿈이 아닌지 그 경계가 모호할만큼 신기한 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으니까.
세상 중심에 내가 없다는 건 산타가 없다는 것만큼 일찍이 깨우쳤다. 더 중앙으로 가기는 힘들더라도 변두리너머 어둠 속으로 밀려나지 않게끔 누군가가 내 자리에 오지 못하도록 바닥에 깨진 유리조각을 박아놓던지, 이전보다 더 강하게 바닥에 붙어있던지하며 참 열심히 살아왔다. 70억 인구 중 5000만의 사람들로만 놓고봐도 나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은 쌓고 쌓였으니 말이지.
자신을 누군가가 대체한다는게 어느 판타지소설 속 이야기같이 느껴지지만, 누군가가 누군가를 밀어내고 대신한다는 이 소설같은 얘기는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제는 주인공이 유명하지 않으면 입방아에도 오르지 않을 정도로 흔하고 재미없는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 이런 비극이 어디서부터 또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내일도 열심히 살아남아야지 누군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주문을 외워본다.
곧 있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2019년 달력을 보며 아직까지도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며 가정법을 영어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써보는 것 같다.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비슷한 갈림길을 또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전보다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런 바람과 아쉬움을 담아 2019년의 마지막과 함께 바람에 실어보내며 오늘도 변함없이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자 내 영혼의 선장이랬는데 지금 이 배는 내 의지인듯 아닌 듯이 물길따라 하염없이 흘러가는 중이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어디에 도착할 지는 세상 저편에 닿을 때까진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어쨋든 2020년도 흘러가는대로 비도 맞고 눈도 맞으며 살아남기위해 열심히 발버둥 쳐봐야겠다. Bravo navig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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